[오마이뉴스] 이름은 이름일 뿐, 절대 진부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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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9-01-28 08:40 조회1,704회 댓글0건본문
오대산 상원사의 전경. 이곳의 동종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카운트다운 때 전세계로 알려졌다.ⓒ 박장식
세계인이 모두 모였던 평창동계올림픽. 경기 대부분이 횡계 일대의 알펜시아 경기장과 강릉에서 열렸지만, 올림픽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발을 디디는 곳은 진부역이 위치한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이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장이나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가 진부역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진부면은 평창 올림픽 개회식 때도 등장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평화의 종'은 오대산으로 올라가는 길의 상원사 동종을 모티브로 따온 것이다. 심지어는 '올림픽 어젠다 2020'을 확립한 IOC의 평창 총회도 올림픽 개회 직전 진부면의 켄싱턴 플로라 호텔에서 열렸다.
진부면을 들를 이유는 충분하다. 단순히 올림픽 기간의 열정 때문만이 아니다. 평창의 겨울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진부면은 오대산 자락의 여러 산사와 지역축제를 즐길 수 있는 청정지대다. 알고 가면 더욱 즐길 수 있는 평창 진부면 여행을 소개한다.
거닐면 마음이 비워지는 곳, 월정사와 상원사
오대산 자락에 넓게 위치한 월정사는 많은 방문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박장식
진부역이나 진부IC, 진부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가면 월정사, 40분 정도면 가면 상원사에 도착한다. 월정사에는 커다란 절의 웅장한 매력이, 상원사에는 오래된 절의 고즈넉한 멋이 있다.
월정사는 6.25 전쟁 당시 청야전술(적이 사용할 만한 군수물자와 식량 등을 없애는 전술)에 따라 우리의 손으로 불태웠던 아픈 역사가 있다. 칠불보궁 등 오래 된 건물이 모두 불에 타고, 통일신라 때 만든 동종도 녹았다. 다행이 화마를 견뎌낸 팔각구층석탑 등이 절 한가운데에 남아 있어 깊은 울림을 준다.
상원사에는 비장한 역사가 있다. 6.25 전쟁 당시 주지였던 한암선사가 '절을 태우려면 자기 역시 같이 태우라'며 문수전 복판에서 정좌한 노력 끝에 지켰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고양이가 세조의 목숨을 살려 세운 것으로 이름 난 고양이상, 725년부터 천 삼백 년을 버틴 동종, 그리고 나무로 만든 문수보살상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월정사 일주문 인근에 있는 월정사 성보박물관의 전경.ⓒ 박장식
두 산사와 오대산의 풍경을 둘러본 다음에는 조금 내려와 월정사 성보박물관으로 향하는 것도 좋다. 2017년 10월 확장 개관한 월정사 성보박물관에는 석조보살좌상을 비롯해 오대산 일대 산사의 역사, 유독 이 일대의 절을 많이 찾은 세조의 흔적, 불화나 조각 등 여러 유물을 둘러볼 수 있다.
▲ 오대산 비로봉의 설경 오대산 비로봉에서는 동해와 평창 곳곳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Wikimedia Commons, CC-BY 4.0,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Lcarrion88 (Wikimedia)
대관령의 관문인 진부역의 부역명은 '오대산역'이다. 상원사를 비롯한 여러 관문을 통해 오대산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이 좋으면 동해와 대관령, 그리고 곳곳의 스키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평창의 꼭대기 오대산. 특히 겨울의 시린 바람을 뚫고 등산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 오대산의 명물 월정사 전나무숲길 드라마 <도깨비>에서 신탁커플의 가슴아픈 장면이 나왔던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많은 이들이 '인생샷'을 위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박장식
정상까지 가기 힘들다면 상원사에서 월정사로 이르는 오대산 옛길이나, 월정사에서 일주문까지 향하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오대산의 정취를 느끼면서도, 편안하게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 오대산 옛길에는 과거 조선 시대 책을 지켰던 오대산 사고가 있다. 월정사 전나무길은 tvN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기념사진 촬영에 제격이다.
송어축제에서 눈썰매 탄다고요?
▲ 2018년 열렸던 평창 송어축제의 모습 평창을 대표하는 평창 송어축제는 오는 27일까지 개최된다.ⓒ 박장식
진부 읍내의 오대천 일대에서는 오는 27일까지 평창의 겨울을 대표하는 축제가 열린다. 2007년부터 12년째 꾸준히 개최되고 있는 평창송어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단순히 송어를 잡는 것뿐만 아니라 송어로 만든 맛좋은 식사도 즐길 수 있고, 얼어붙은 오대천 위에서 눈썰매, 스노우 래프팅 등 짜릿한 겨울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송어축제의 참모습은 얼어붙은 오대천 위에서의 액티비티에 있다. 눈과 얼음으로 만든 수호랑과 반다비 조각을 볼 수도 있고, 눈썰매나 얼음 썰매 등도 즐길 수 있다. 가장 호응이 좋은 프로그램은 꽁꽁 언 강 위에서 타는 스케이트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꽁꽁 언 강 위에서 타던 스케이트의 추억을 선사한다.
진부까지 가는 길, 꽤 쉽습니다
진부역은 KTX가 하루 수차례 지난다. 진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길어야 한 시간에 한 번이면 서울로 가는 버스가 오간다. 뚜벅이 여행에는 최상의 조건이다.ⓒ 박장식
진부면만 둘러보고 집에 돌아가기 아쉽다면 장평을 거쳐 봉평으로 향해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배경과 이효석문학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대관령 쪽인 횡계로 넘어가면 얼어붙은 송천 위에서 대관령 눈꽃축제가 열린다. 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도 평창 곳곳에서 열린다. 이곳을 찾을 이유가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진부면은 평창군 일대에서 가장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이름이 났다. 중심지에는 진부시외버스터미널이 있고, 상원사, 동서울, 횡계, 강릉 등 곳곳으로 향하는 버스가 수시로 오간다. 진부역 역시 강릉과 서울을 오가는 KTX가 자주 오가고 있어, 서울에서 오기 좋다. 수도권 외 다른 지역에서 방문 시에는 원주나 강릉까지 와서 KTX나 완행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