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장자 사상’ 2300년을 넘어 ‘불교 철학’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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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사상’ 2300년을 넘어 ‘불교 철학’ 만나다
월정사 동별당서 토론회 열려
고형렬 시인·원행 스님 참석
“인간은 아무도 구속할 수 없어”
두 사상 통해 위안받는 법 공유
▲ 월정사에서 담소를 나누는 고형렬(사진 왼쪽)시인과 원행 스님. |
“매일 죽음을 생각해보세요.나 자신이 주인이 되어 삶을 단순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죽음과 삶,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았던 2300년전 사상가 장자가 가을의 초입에서 평창 월정사 숲 속에 잠시 머물렀다.시대를 초월해 현대인들에게도 끊임없이 위로를 주는 장자 사상의 진수가 한국 불교의 성지에서 풀어졌다.
최근 월정사에서는 ‘불교 사상과 장자’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열렸다.월정사 원행 대종사와 최근 장자 전집을 집필한 속초 출신 고형렬 시인이 발제자로 나선 자리였다.
에세이스트사가 주최한 이날 자리는 장자 강의와 번역의 대가였던 탄허 스님이 자리를 지켰던 월정사 동별당에서 이뤄져 의미를 더했다.불교계에서는 장자의 장점을,장자 전문가는 불교 철학의 매력에 대해 나누며 두 사상에서 현대인들이 위안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했다.
원행 스님은 이날 장자 사상의 장점으로 체계화 되거나 종교화 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장자 사상은 ‘유산으로서 상속되어온 중국사상’ 바깥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장자에 대해 “어떤 계율이나 법칙을 제시하지 않았고 진리를 증명하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그는 “자본의 횡포가 강화되는 시대에 인간은 소외되어 있다.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눈을 뜨면 이 횡포는 무력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15년에 걸쳐 원고지 1만2000매에 달하는 에세이 ‘장자 전집’을 펴낸 고 시인은 “아무도 인간을 구속할 수 없다는 대원칙이 장자에게 있었다”고 했다.불교철학의 매력에 대해서도 “무한한 자유로움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라면서 불교사상과 장자의 접점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잠깐의 삶에서도 온통 죽음의 한가운데 처해 있지만 정작 이 놀라운 사실을 모르고 산다”면서 “몇 가지 기호에 의지하지 말고 끝없는 인간다운 소요가 우리 스스로 누려야할 천부 같은 것”이라고 조언했다.
월정사에서 장자를 비롯한 고전연구에 매진했던 탄허 큰스님에 대한 회상도 진하게 이뤄졌다.탄허스님은 원행스님의 큰 스승이자 유학,도가,불가 고전 역경에 능통한 학자였다.
장자 전문가 양주동 박사가 그의 강의에 감격해 절하면서 “장자가 다시 돌아와 자신의 책을 설해도 오대산 탄허를 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고 시인은 “탄허 스님이 월정사에서 장자를 번역하며 즐겼던 까닭에 그가 존재했고 월정사도 더 친근하고 자유로운 절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최근 월정사에서 ‘불교 사상과 장자’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
이번 월정사 토론회는 최근 중국에서 장자가 다시 유행하는 등 현대에서도 필수 텍스트로 꾸준히 읽히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됐다.
인간성이 사라지는 현대사회 속에서 주인의식을 잃지 않는 방도를 장자를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죽음을 금기시 하지말고 늘 생각하면서,어느 틀에도 갇히지 않을 자유를 스스로에게 허하자는 것이다.오늘부터 매일 한번씩 죽음을 생각해보심이 어떨런지.그 두려움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질 듯하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